윤동주 시인의 대표적인 작품 '별 헤는 밤'
1941년 11월
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
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
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
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헬 듯합니다
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
이제 다 못 헤는 것은
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
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
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
별 하나에 추억과
별 하나에 사랑과
별 하나에 쓸쓸함과
별 하나에 동경과
별 하나에 시와
별 하나에 어머니, 어머니
어머님,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 마디씩 불러 봅니다.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, 패, 경, 옥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, 벌써 아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,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, 비둘기, 강아지, 토끼, 노새, 노루, 프랑시스 잼, 라이너 마리아 릴케,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
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
별이 아스라이 멀 듯이
어머님,
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
나는 무엇인지 그리워
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
내 이름자를 써 보고,
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
딴은,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
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
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
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
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
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거외다
윤동주 시인이 출판하려 했으나 하지 못하였다고 한다
이 시는 일제시대 및 시인의 환경 등 암울한 시대상을 반영하며 시작하지만 내일 밤이 남았고 아직 청춘이 다하지 않았다며 희망을 다짐한다
추억, 사랑, 어머니 등 가을 밤을 바라보며 상념에 빠진 대상들을 이야기하고 어린 시절 친구들의 이름들이나 이국 소녀들의 이름처럼 과거 추억을 되살린다. 이후 동경의 대상들이 멀리 있다는 것을 다시 깨닫고 그 마음으로 별을 헤는 밤을 지새는 것이다
이후 시인은 본인의 이름을 썼다가 흙으로 덮어버린다. 시인은 본인의 상황을 부끄러워한다 - 일제강점기 상황속 지식인으로서 무기력한 자기자신을 부끄러워하는 것이다
마지막으로 시인은 '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' - 즉 광복을 기다린다. 먼 훗날 자신도 죽은 이후라도 광복이 올 경우 나의 무덤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것, 즉 언젠가는 자신이 떳떳해질 날을 기다리는 것이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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