본문 바로가기
나는 문학가/국문 시

별 헤는 밤 (윤동주)

by 아부다비 독서가 2020. 12. 22.
반응형

윤동주 시인의 대표적인 작품 '별 헤는 밤'

1941년 11월

 

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

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

 

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

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헬 듯합니다

 

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

이제 다 못 헤는 것은

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

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

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

 

별 하나에 추억과

별 하나에 사랑과

별 하나에 쓸쓸함과

별 하나에 동경과

별 하나에 시와

별 하나에 어머니, 어머니

 

어머님,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 마디씩 불러 봅니다.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, 패, 경, 옥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, 벌써 아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,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, 비둘기, 강아지, 토끼, 노새, 노루, 프랑시스 잼, 라이너 마리아 릴케,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

 

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

별이 아스라이 멀 듯이

 

어머님,

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

 

나는 무엇인지 그리워

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

내 이름자를 써 보고,

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

 

딴은,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 

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

 

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

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

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

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거외다

 

 

 

윤동주 시인이 출판하려 했으나 하지 못하였다고 한다

 

이 시는 일제시대 및 시인의 환경 등 암울한 시대상을 반영하며 시작하지만 내일 밤이 남았고 아직 청춘이 다하지 않았다며 희망을 다짐한다

 

추억, 사랑, 어머니 등 가을 밤을 바라보며 상념에 빠진 대상들을 이야기하고 어린 시절 친구들의 이름들이나 이국 소녀들의 이름처럼 과거 추억을 되살린다. 이후 동경의 대상들이 멀리 있다는 것을 다시 깨닫고 그 마음으로 별을 헤는 밤을 지새는 것이다

 

이후 시인은 본인의 이름을 썼다가 흙으로 덮어버린다. 시인은 본인의 상황을 부끄러워한다 - 일제강점기 상황속 지식인으로서 무기력한 자기자신을 부끄러워하는 것이다

 

마지막으로 시인은 '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' - 즉 광복을 기다린다. 먼 훗날 자신도 죽은 이후라도 광복이 올 경우 나의 무덤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것, 즉 언젠가는 자신이 떳떳해질 날을 기다리는 것이다

 

 

 

 

 

반응형

'나는 문학가 > 국문 시' 카테고리의 다른 글

진달래 꽃 (김소월)  (0) 2021.03.10
광야 (이육사)  (0) 2021.03.02

댓글